증여세를 낼 돈이 충분히 있는데 연부연납제도를 이용하는 이유는?

세알못 - 내년 초 결혼을 앞둔 아들에게 시가 6억 원 아파트를 증여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문제는 아들이 증여세를 낼 돈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들은 올해 취업해 모은 돈이 많지 않습니다. 아들을 대신해 증여세를 내려고 했으나, 알아보니 부모가 대납하면 증여세가 가산된다고 합니다. 피할 수 없는 증여세, 현명하게 내는 방법은 없을까요?
 
택스코디 - 증여세는 증여를 받는 사람이 내는 것이 원칙입니다. 증여자가 이를 대신 내면 증여세만큼을 추가 증여한 것으로 간주해 증여세를 더 물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세알못 씨의 사례처럼 증여받는 자녀가 증여세로 낼 돈이 없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과세당국은 증여세를 조금씩 나눠 낼 수 있도록 연부연납(年賦延納)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세금을 알면 돈이 보인다

 
연부연납제도란 세금을 수년간 나누어 매년 1회 내는 것으로, 증여세의 경우 최대 5년까지 나눠 낼 수 있습니다. 연부연납 신청 후 신고기한 내 증여세의 6분의 1을 우선 내고, 나머지는 최대 5년간 할부로 내는 것입니다.
연부연납을 신청하려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증여세가 총 2,000만 원이 넘어야 하며, 동시에 매년 나눠 내야 하는 증여세가 최소 1,000만 원을 초과해야 합니다. 증여세가 2,000만 원만 넘으면 무조건 나눠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세알못 씨의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시가 6억 원의 아파트를 증여받을 때, 증여세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은 4억 5,000만 원입니다. 10년 단위로 적용되는 직계비속 증여재산 공제 5,000만 원(미성년자는 2,000만 원)에, 2024년 1월 신설된 ‘혼인·출산 증여재산 공제’ 1억 원이 더해져 1억 5,000만 원이 공제됩니다. 자진신고 시 적용되는 세액 3% 공제까지 추가하면 세알못 씨의 아들이 내야 할 증여세는 7,760만 원입니다.
 
아들이 연부연납을 신청하면 증여세 7,760만 원의 6분의 1인 1,293만 원을 신고기한 내 먼저 내고, 잔금 6,467만 원을 5년에 나눠 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유의할 점은 증여받는 사람은 이자 성격의 연부연납 가산금을 매년 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연부연납 가산금 이자율은 현재 3.5%입니다. 9월 5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5년 주기형) 금리가 연 3.69~6.09%인 점을 고려하면, 대출을 받아 증여세로 낼 돈을 마련하는 것보다 연부연납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세알못 씨의 아들이 5년 분납 시 내야 할 가산금은 약 679만 원입니다.
 
증여세를 낼 여력이 있음에도 일부러 연부연납을 신청하는 때도 있습니다. 수중에 있는 돈을 세금을 내는 데 한꺼번에 쓰기보다 수익률이 높은 곳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가산금 이자율이 높지 않아 연부연납을 통해 세금을 나눠 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상속·증여 절세의 전략

 
참고로 연부연납은 증여세 신고기한 내 신고서와 함께 연부연납신청서를 관할 세무서장에게 제출하면 됩니다. 신청 시 담보 제공은 필수입니다. 부동산을 담보로 한다면 등기필증 등의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부동산 외에 금전, 국채 또는 지방채, 유가증권, 납세 보증보험증권, 은행 발행 납세보증서도 담보로 인정됩니다. 만약 연부연납 중 가산금 이자율이 낮아졌다면 이자율 변경신청도 가능합니다. 연부연납 분할 납부기한이 속하는 달의 두 달 전까지, ‘상속·증여세 연부연납 가산금의 가산율 변경 신청서’를 작성해 세무서에 제출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