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내에게 큰돈을 송금하면 증여세가 부과될까요? 부모가 자녀에게 송금하면요? 친구 또는 연인 사이에는요?
정답은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입니다. 증여세 부과 대상인 '증여'란 다른 사람에게 공짜로 재산이나 이익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즉 송금한 이유가 무엇이냐에 따라 증여세 과세 여부가 결정됩니다. 만약 아버지가 아들에게 100억 원을 송금하였어도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100억 원을 빌린 것이라면, 송금의 원인이 '증여'가 아니므로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증여세 과세 여부가 돈을 주고받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결정된다면, 사람들은 왜 가족에게 큰돈을 보낼 때 증여세를 걱정할까요? 사례를 조금 바꿔봅시다. A 씨가 아들에게 20억 원을 송금해 아파트를 구매했고, 얼마 후 세무서장이 아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했습니다. 이에 아들은 아버지에게 투자받은 것이라며 투자계약서를 가지고 증여세 부과 취소의 소를 제기하면 승소할 수 있을까요?
과세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세무서장에 있습니다. 세무서장은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20억 원을 공짜로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세무서장이 '증여'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하지 않으면 판사는 아들이 증여를 받았는지, 다른 이유에서 받은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심지어 세무서장이 아들이 제시한 투자계약서가 위조된 사실을 증명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송금의 원인이 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지, 증여를 증명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무서장이 증여에 관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면 증여세 부과를 취소하는 판결, 즉 아들의 승소판결이 선고되어야 합니다.
위 결론은 상식에 반한다고 생각될 것입니다. 우리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거액을 송금한 많은 경우, 그 실질적 이유가 증여라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무서장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송금 이유에 관한 직접증거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세법은 조세 정의를 위해 여러 추정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제45조 제1항은 "재산 취득자가 재산을 자력으로 취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때는 그 재산의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소득이 없는 아들이 A 씨에게 20억 원을 받아 아파트를 취득하였다면, 상증세법 제45조 제1항에 의해 아들이 아파트 취득자금 20억 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증여로 추정을 받은 아들은 A 씨에게 20억 원을 받은 실제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상증세법 제45조 제1항은 부동산과 같은 재산 취득의 경우에 적용되고, 송금만 이루어진 때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예전부터 법률의 규정이 없더라도 경험칙을 근거로 가까운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 사이에 이루어진 송금을 증여로 사실상 추정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돈을 송금한 경우, 장모가 사위에게 돈을 송금한 때에도 증여로 사실상 추정했습니다. 사실상 추정은 경험칙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법률상 친족관계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만약 A 씨가 부산에 혼자 머무는 동안 내연관계에 있던 초등학교 동창에게 20억 원을 주었다면 그 역시 증여로 사실상 추정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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