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양육하면서 소요되는 생활비, 교육비, 용돈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녀를 위해 소요되는 모든 경제행위를 증여로 볼 수는 없다는 건 당연하게도 느껴집니다.
세알못 - 그렇다면 조부모가 손주에게 지급하는 교육비와 생활비는 어떨까요?
택스코디 - 이 또한 증여로 보지 않는 것이 당연한 상식일까요? 세법은 이 둘 간의 차이를 어떻게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을까요? 다음 사례를 봅시다.
A 씨는 아버지의 사업체에서 부사장 직함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유학간 딸을 슬하에 두고 있습니다.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절세의 중요성을 아시던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어릴 적부터 수차례 증여 및 신고를 했고 아들은 아버지의 도움으로 상당한 수준의 재력을 갖추게 됩니다. 아버지는 이 과정에서 미국에 유학간 손녀의 대학교 학비, 생활비를 지원해주시는 등 남다른 손주 사랑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수차례 걸쳐 진행된 수십억 규모의 증여가 원인이 되어 관할 지방국세청장은 재산을 증여 받은 아들을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직계존비속 간 금전 거래에 따른 신고·납부의 적정성을 살펴보게 됩니다.
그렇게 시작된 세무조사에서 세무조사관은 조부모가 손녀에게 지급한 학비, 생활비가 증여세 과세대상이라고 주장을 합니다. 자녀에 대한 학비, 생활비는 증여세 대상이 아니라고 알고 있었기에 아들은 여러가지 항변을 해보지만 세무조사관은 아들의 직업과 자산규모 등을 살펴보고는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무슨 이유일까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납득이 될 만한 수준의 피부양자 생활비, 교육비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문리해석 됩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가치판단이 개입되는 사회통념의 수준을 논하기 보다는, 당사자 간 관계가 ‘부양의무자 사이’인지 여부를 판단의 방점으로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세관청 또한 당사자 간 부양의무의 존부를 증여세 과세 여부의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 사례에서 조부가 손녀에게 지급한 학비, 생활비에 증여세가 부과되는지 여부의 핵심은, 조부모가 손주의 부양의무를 지니는지 여부가 될 수 있습니다. 조세심판원은 부모에게 경제적 자력이 충분한 경우 조부모의 손자에 대한 부양의무는 인정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무심코 조부모가 손주에게 마음을 담아 보낸 교육비, 생활비는 그 취지와 무색하게 증여세 고지서가 되어 손주에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조부모가 부담한 비용에 따른 산출세액에 30%만큼이 할증(증여재산가액이 2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40%, 세대 생략에 따른 할증과세)과세된다는 사실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이러한 조부모의 교육비 부담은 당사자들이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증여 당시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습니다.
조부모의 사망에 따라 상속세 신고·납부 시 과세관청은 피상속인의 상속개시일 전 10년 간 직계비속에 대한 사전 증여 여부를 살펴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적출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조부모의 연령, 부모의 부양능력, 증여재산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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