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건너뛰어 상속이나 증여를 하는 것은 '세대생략 상속·증여'로 불립니다. 내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는 우리나라에서 '세대생략' 현상 확산은 당연합니다. 부모가 재산을 물려줄 시점이 되면 자녀도 이미 50~60대에 접어든 경우가 많아 자녀를 건너뛰어 부를 넘겨주는 것입니다.
세대생략 증여 땐 아들·딸에게 증여할 때보다 증여세의 30%를 할증해 가산세를 적용합니다. 상속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속·증여받는 손자녀가 미성년이고, 증여재산가액이 20억 원을 넘으면 할증세율은 40%로 뜁니다.
하지만 가산세를 고려하더라도 장점이 많습니다. 증여만 봅시다. 우선 증여세를 두 번 내지 않아도 됩니다. 80세 A씨가 현금 1억 원을 성년인 손자에게 증여한다고 해 봅시다. A씨가 아들에게 1억 원을 증여하고, 아들이 A 씨의 손자에게 이를 다시 증여하게 되는 경우에 납부할 증여세는 970만 원입니다. 485만 원씩 2번입니다. 그런데 A씨가 바로 손자에게 1억 원을 증여하면 세금은 630만 원 정도입니다. 차액 340만 원은 적은 돈이 아닙니다.
증여액수가 커지면 세금차액은 당연히 더 커집니다. 증여금액이 10억 원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A씨가 아들을 거쳐 손자에게 증여하게 되면 우선 A씨는 5,000만 원의 공제금을 제외하고 증여세(세율 30%) 2억 1,800만 원 가량(누진공제 및 증여세신고세액 공제 포함)을 내야 합니다. A씨 아들이 다시 자신의 아들에게 증여세를 제외한 7억 2,000만 원을 증여한다면 1억 4,000만 원 가량의 증여세(세율 30%)를 추가로 내야 합니다. 총 3억 5,800만 원의 증여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A씨가 손자에게 10억 원을 증여하면 2억 8,000만 원(세율 30%+할증 30%) 가량의 증여세가 나옵니다. 차액은 약 7,800만 원입니다.
손주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상속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A 씨에 대입해 보면 A 씨 아들은 상속인입니다. 만약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증여를 받았다고 하면 해당 자산가액도 모두 상속재산가액도 포함됩니다. 상속세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손주는 다릅니다. 법적으로 '상속인이 아닌 자'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손주 등 상속인(자녀) 이외 사람에게 증여한 재산의 합산 과세 기간은 5년입니다. 손주들에겐 합산 과세를 피해 5년 간격으로 재산을 물려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손주가 많은 자산가라면 여러 번 세대생략 증여를 하게 되면 상속세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세대생략 증여를 할 때, 특히 성년이 되지 않는 손주들에게 증여할 때 주의할 점은 가산세입니다. 미성년 손주에게 증여하게 되면 가산세율이 40%까지 올라갑니다. 어린 손자녀가 증여세를 낼 재산이 없어 조부모가 대납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추가 증여세를 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손주의 사교육비를 자산 많고 여유 있는 조부모가 부담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시중에서는 명문대 입학 비결 중 하나가 '조부모의 재력'을 꼽을 정도입니다. 다만 이 역시 증여세 과세 대상입니다.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주는 교육비를 비과세 적용받으려면 부모의 경제 능력이 없다는 점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면 비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세무당국이 세대생략 증여로 본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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