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부증여, 세금을 얼마나 아낄 수 있나?
세알못 - 2주택을 보유한 70대입니다. 시가 16억 원 서울 소재 아파트를 아들에게 증여할 계획입니다. 대출(1억 원)이 있는 데다 전세(7억 원)를 주고 있어 어떻게 증여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부담부증여’가 절세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부담부증여를 하게 되면 세금을 얼마나 아낄 수 있나요?
택스코디 - 부담부증여(負擔附贈與)란 ‘부담’을 지는 ‘증여’라는 뜻으로, 재산을 증여할 때 채무까지 함께 넘기는 것을 말합니다. 일반 증여와 비교해 내야 할 세금(증여세, 양도소득세, 취득세) 수는 많지만, 세목이 쪼개지기 때문에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증여세는 금액이 커질수록 세율이 높아지는데, 부담부증여를 하게 되면 채무에는 증여세가 매겨지지 않습니다. 세알못 씨의 경우 대출금, 전세보증금 등 채무 8억 원을 제외한 8억 원에만 증여세가 적용됩니다. 남은 빚을 모두 갚고 세입자를 내보낸 후 아파트를 일반 증여하는 것과 비교해 얼마나 절세할 수 있을지 알아봅시다.
만약 채무 관계 해소 후 아파트를 일반 증여할 경우 아들은 증여세로 4억 5,000만 원가량을 내야 합니다. 아들에게 10년 내로 증여한 돈이 없다면 5,000만 원까지 공제가 돼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은 15억 5,000만 원이 되는데, 여기에 증여세율 40%를 곱한 후 누진공제액(세액 구간별로 공제하는 금액)을 제외하면 증여세는 4억 4,620만 원이 됩니다.
반면 부담부증여 방식으로 아파트를 줄 때, 아들은 증여세로 1억 6,005만 원만 내면 됩니다. 채무를 제외한 8억 원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부과하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8억 원의 채무에 대해선 증여자인 세알못 씨가 양도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내야 하는 양도세는 4,774만 원으로, 세알못 씨와 아들이 내야 할 세금은 총 2억 779만 원이 됩니다. 일반증여 대비 2억 원 넘게 아낄 수 있는 셈입니다.
취득세 절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채무 8억 원에 대해선 증여가 아닌 일반 매매 시 적용하는 세율로 취득세를 매기기 때문입니다. 오씨가 아파트를 일반 증여할 경우 오씨의 아들이 내야 할 취득세는 2억 원가량이지만, 부담부증여를 활용하면 취득세를 8,000만 원가량 절감할 수 있습니다. 세알못 씨의 경우 다주택자인 데다 증여하려는 아파트가 조정대상지역(서울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및 용산구) 내 시가 3억 원 이상의 주택에 해당해 높은 취득세율(12%)이 적용됐지만, 1세대 1주택자가 주택을 증여할 때 세율은 3.5%입니다.
다만 증여하려는 주택이 초고가이면 부담부증여보다 제 3자에게 매각 후 분산 증여하는 방안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을 빼더라도 증여가액이 30억 원을 넘으면 50%의 높은 증여세율이 적용돼서입니다. 예컨대 증여하려는 아파트 시세가 50억 원, 전세보증금이 19억 원인 경우엔 부담부증여를 해도 증여세만 10억 원이 나옵니다.
물론 일반 증여 시 내야 할 세금(19억 원)보다는 적지만, 이 경우엔 아파트를 판 후 자녀에게 분산증여, 상속해 과세가액을 쪼개 낮추는 방안이 낫습니다. 이 아파트를 차익 5억 원을 남기고 팔면 내야 할 양도세는 1억 7,300만 원(2주택자 경우)입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더 있습니다. 만약 세알못 씨의 아들이 아파트를 증여받은 후 10년 이내에 팔면 양도세 이월과세가 적용됩니다. 이월과세는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증여받은 토지나 건물 등을 제3자에게 매도하는 경우 양도가액에서 차감하는 취득가액을 증여받은 가액이 아니라 증여자의 취득 당시 실제 취득금액으로 적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부담부증여를 받은 날로부터 10년 내 증여자가 사망하는 경우 사전 증여한 재산이 상속재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증여계획을 짜야 합니다.
부모가 넘긴 집과 함께 채무는 자녀 스스로 갚아야 한다.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안 되는 자녀에게 섣불리 증여해 줬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나중에 몰래 보증금을 갚아줘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국세청의 검증 과정에서 적발될 경우 추가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